모든 철학자들이 각자의 매력을 지니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내게 가장 매력적인 철학자는 데모크리토스, 에피쿠로스와 루크레티우스 등의 고대 원자론자들이다. 특히 에피쿠로스를 좋아해서 요즘은 그의 저작 모음인 「쾌락」을 옮겨적을까 생각 중이다.
물론 에피쿠로스의 편협성과 가끔 드러나는 옹졸함, 신과 성(性)에 대한 그의 생각 전부에 찬성하지는 않지만 그의 삶에 대한 철학은 본받을 만하다. 그가 중요시했던 것은 자연의 원리를 밝히는 데에 관심을 기울였던 데모크리토스, 아리스토텔레스와 달리 인간으로서의 삶이다. 그는 쾌락이 최고의 선이라고 주장하고 있는데 쾌락이란 단어가 참 마음에 걸린다. 보통 쾌락이라하면 우리는 성적 충만감과 도박을 생각하지 않던가? 그러므로 그가 주장하는 쾌락을 다른 단어로 바꿔 부르고 싶다.
그는 행복을 최고의 선이라고 주장한다. 사실 사람이 섹스를 하고 술을 마시는 이유는 그가 행복하고 싶기 때문이다.
좋은 친구를 사귀려는 것도, 부자가 되려는 것도 대부분 인간의 모든 행동은 그의 '행복'을 위해 이뤄진다.
에피쿠로스는 그 모든 행위가 마음의 평정, 부동심(아타락시아)로 통하는 길로 인정한다. 다만 지나친 섹스와 마약 등의 저급한 쾌락으로 짧은 쾌락을 얻는 대신 우정과 지식에 대한 사랑으로 행복을 쟁취하는 것이 더 나을 것이라고 권장한다. 여기서 인간의 자유가 발생한다. 에피쿠로스는 그를 비난했던 스토아 학파 철학자들이나 고집 센 철학자들과 달리 명령하지 않는다.
담배를 피우고 싶으면 피워라.
무신의 철학을 지키고 싶다면 지켜라.
하루종일 공부를 하고 싶으면 공부해라.
놀고 싶으면 놀아라.
다만 난 너가 행복에 대해 책임을 졌으면 좋겠어.
커피점에서 맛없는 담배를 태우며 에피쿠로스의 「쾌락」을 읽다 보면 내가 행복을 향해 잘 가고 있을까라는 두려움이 들기도 한다. 어느덧 맛있게 담배를 태우던 나는 사라지고 헛구역질을 할 정도로 약물을 찾고 있는 나를 발견해서일까. 좋아하는 달리기도 아직 가뿐히 할 수 있고 수영도 잘 하지만 언젠가 아픈 폐를 움켜쥔 채 불행해질 것같다는 두려움에서일까. 아무렴 어떠랴. 에피쿠로스는 두려움이 있는 삶은 가치가 없다고 말했다.
그래서 결심.
앞으로는 내 정신이 간절히 원할 때 담배를 피우겠다.
평생 금연한다는 말은 못하겠다.
내 자유에 굴레를 씌우지는 않겠다.
다만 내 행복에 대해 책임을 지는 사람이 될 수 있기를.
- 2011/03/20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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